[박승정의 어울통신]웹 접근성의 사회학 <ETNews 2011.09.27>

 

 

시대상이라고나 할까. 복지 논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복지가 국민적 관심사를 뛰어넘어 정치권을 강타한 것은 찬반을 떠나 시대적인 상황으로 읽힌다.

우리 시대의 숙제라는 얘기다. 선진국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진지하게 겪고 넘어야 할 과정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사람으로 치면 성장통((成長痛)이라고나 할까.

어찌됐든 복지논쟁의 한 축은 소외계층이 될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를 넘어 사회적 약자이자 비주류인 소외계층만을 위한 진지한 성찰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 接近性)이 주목받는 이유다. IT의 이용과 활용이 세계적 관심사로 부상한 지금 누구든 정보의 보고(寶庫) 인터넷을 자유롭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인터넷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이 차별받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정보격차, 문화격차, 교육격차, 경제격차를 초래하는 시대기 때문이다.

정보화진흥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의 인터넷 이용률은 비장애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비장애인의 81.8%에 육박하는 78.3%에 달하는 수준이다. 조사 결과로만 보면 아무런 불편 없이 사용하는 것으로도 비친다.

실제로도 그럴까. 지난해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지방자치단체 등의 웹 사이트 118개를 평가한 결과 인터넷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모두 준수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사용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임은 자명하다.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고, 이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약이 따른다는 것은 상식과도 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인식 부재의 탓이 클 것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하면 웹 접근성의 장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웹 기획자 및 개발자의 99%가 웹 접근성 준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 웹 접근성을 고려해 개발한 사람은 1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과 배치된다. 기관이나 기업으로서는 웹사이트 설계에서부터 기술적, 디자인적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개발 및 관리·운영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웹 접근성을 준수하면 장애인은 물론이고 비장애인들도 손쉽게 웹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 리모트 컨트롤, 전화, 자동문, 엘리베이터, 경사로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접근성에 대한 서비스적 관점이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접근성은 웹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간 호환성 문제, 정보통신기기 및 서비스의 확대 등으로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당위성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회 균등과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기업으로서는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이미 인터넷은 보편적서비스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장애인과 소외계층의 정보격차,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주요 수단인 인터넷의 웹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스마트폰 가입자도 1500만을 넘어섰다. 인터넷 이용환경이 모바일로 급속히 전이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아직은 웹 접근성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정부가 지난 주 내놓은 ‘모바일 앱 접근성 지침’에 시선이 가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도 이제 소외계층을 위한 ‘따뜻한 IT’로의 진입을 심도 있게 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바로 웹 접근성과 모바일 접근성이다.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