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고등학교 2학년의 김모양은 공부 때문에 고민이 많다. 요즘 인터넷 강의가 대세라고 하지만 김양에게는 남 일과도 같기 때문이다.
보통 인터넷 강의는 웹사이트를 통해 동영상을 접속해 화면속 선생님이 칠판에 문제를 기입하고 그것에 대해 설명을 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김양과 같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인터넷강의가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는다.
“수학은 삽자루 선생님이 좋대”, “사탐은 무조건 설민석이라고” 라고 앞다퉈 우기는 또래 학생들 속에 김양은 소외감과 함께 자신의 장애만을 탓하며 힘겨운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07년 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21항에는 정보통신 의사소통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조항이 나와있다.
생산과 배포하는 정보에 대해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수단을 제공한다고 제정돼있지만 현재 국내의 온라인 교육콘텐츠는 시각장애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 온라인 사이트 진입부터 '첩첩산중'
온라인 교육을 이용하기에 앞서 시각장애인들은 웹접근성에 부딪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웹접근성이란 장애인, 노인 등 정보취약계층이 인터넷 상에서 차별 없이 다른 사용자와 동등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런 웹접근성의 주 목적은 웹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에 어떠한 상황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거해 공공 및 민간 웹 사이트의 웹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됐다.
2009년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오는 2015년까지 개인 홈페이지를 뺀 모든 국내 웹사이트는 장애인 접근성을 의무 준수해야 한다는 법이 지정돼 있지만 중앙행정기관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접근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는 공공기관, 복지시설 등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적용되는 웹 사이트와 은행, 사이버대학교 등 장애인 사용빈도가 높은 웹 사이트 등 300개의 사이트를 대상으로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사용성평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 결과 ▲행정기관 78.5점 ▲전자정부 69.8점 ▲국·공립도서관 66.6점 ▲서울시투자·출연기관 65.8점 ▲증권사 48.9점의 순을 이었다.
이에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안동한 팀장은 “장애인 등 정보소외계층의 인터넷 사용률은 증가하고 있으나 이용환경은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웹접근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기술,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교육시스템에 시각장애인 접근성 보장은 '필수'
한편 이 같은 웹접근성의 문제에 대해 무엇보다 교육 콘텐츠와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 시각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온라인 교육과 장애인 웹접근성’에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성신여자대학교 교육학과 노석준 교수는 “건물이나 시설에선 시각장애인 접근성이 많이 향상된 편이지만 교육 콘텐츠나 교구로 가면 여전히 갈 길이 먼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교육 콘텐츠는 플래시가 휩쓸다시피 하는 현상이지만 이를 시각장애인들은 이용할수 없어 진입단계부터 교육 기회 차별과 함께 국내 온라인 교육 시장의 한계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장애인 접근성을 지원하지 않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못박고 있다. 또한 접근성을 잘 지키는 곳엔 세제 혜택을 주는 식으로 보상을 해주기도 한다.
노 교수는 “국내에서도 대학이나 공공기관이 접근성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콘텐츠 제작자나 개발사도 조금만 더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해 제작해아 한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의 온라인 교육적 편의가 지원되는곳이 별로없어 민간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의무적으로 법적규제가 필요하지만 현실상 제재가 불투명해 답답한 실정임을 드러냈다.
이어 이러한 시각장애인 온라인 교육 차별 현실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나 차별 의식 개선부터 바로 잡는것부터가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지원하는 걸 특별한 배려라기보다는 당연한 일로 여기는 인식을 새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이슬기 기자(s-report@mdtoday.co.kr)